필리핀 문화기행

이 컬럼은 2014년4월 부터 네이버카페 “필싱싱”에서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많은 사이트에서 퍼가고 정보를 공유할만큼 인기가 높았습니다. 필리핀 문화에 대한 조금 깊은 관찰을 목적으로 적은 글이며 어떤 내용은 수일간의 자료수집, 정리하면서 ?공을 들여 기재한 글입니다.

부돌부돌 갱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6-05-11 23:43
조회
1845

budol_budol_money

며칠 전, 지인 필리피나가 그녀에게 돈을 꿔간 남자에 대해서 제게 이야기하다가 혼자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그놈 부돌 부돌 갱 같더라 ~ 푸하하 "

갑자기 이상한 말이 나오길래 궁금해서 꼬치 꼬치 캐물어 봤습니다.

" 부둘 부둘 ? 어라 그건 한국에도 있는 말인데 ~ "
" 그래 ? 한국에선 뭔뜻인데 ? "
" 엄청 춥거나 열받을때 몸이 떨릴때 그런 표현을 하는데 ... 여긴 무슨 뜻인데 ? "
" 음 ...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 "

...

부돌 부돌 갱이란 말의 타갈로어 어원은
" budol budol gang " 에서 나옵니다. budol 은 영어의 bundle , 뭉치 라는 말입니다.
단어적으로 해석해보면 " 뭉치 뭉치 범죄조직 " 이란 뜻입니다.
이런 표현이 나온 이유는 진짜 돈을 몇장 앞뒤에 놓고 나머지에 가짜 돈을 끼운 돈 다발로
사기행각을 하는 범죄조직의 유형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외국인에게는 좀 생소한 " 부돌 부돌 갱, budol budol gang " 혹은 " 부돌 부돌 모두스,
budol budol modus " 는 필리핀 사회에서 아주 유명한 말이고 큰 이슈입니다.

궁금해서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서 비교해보니
한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 보이스 피싱 " 과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다른 점은 이 부돌 부돌 갱들은 직접 사람을 만나고 협박하고 구슬린다는 것입니다.

" 부돌부돌 갱 " 이란 기사가 날때마다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있는데
바로 " 힙노티즘 , hypnotism , 최면 " 입니다.
부돌부돌 조직이 얼마나 사람을 잘 다루는지 마치 최면에 걸린 것 처럼 본인도 모르게
넘어가 돈과 재산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부돌부돌갱단의 사기 유형은 제각인데 일반적으로 몇가지 사기원칙 ?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상대방을 급하게 만든다.
둘째, 사기행각의 시간을 오래 끌지 않는다.
세째, 현금, 현물을 보여주고 혹하게 만든다.
네째, 순간에 어떤 이유로 그 사람을 믿게 만드다.
다섯째, 순박하고 판단력이 약한 여인, 노인들에게 접근한다

등입니다.

사례 1.
리조트를 판다는 광고를 보고 부들부들갱단이 접근합니다.
리조트가 맘에 들어서 살 것 같이 모든 정황을 만든후에
자신들이 고급 진주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가짜 진주를 구매하게 합니다.

사례 2.
시장에서 만난 노인에게 다가와서 가족을 잘 아는 친구라고 소개합니다.
약 1,200만원 가량의 돈 뭉치를 보여주고 잠시 보관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혹씨 모르니까 차고 있는 목거리와 팔찌 (약 50만원상당)을 담보로 잠시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타나지 않고 돈 뭉치를 자세히 보니 부돌부돌 가짜돈입니다.

사례3.
길거리에서 만난 40대의 아주머니에게 두명이 나타나서 강제로 집에 있는 보석을 당장
가지고 나오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의 이름과 직업 등을 자세히 야기하면서
가족들을 상해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주머니는 공포에 떨어서 집에 있는 보석들을 가지고
조직에게 건네주게 됩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나 필리핀 혹은 다른 나라의 사기행각과 공통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을 급하게 만들어서 판단력을 흐리는 것은 사기학과의 공통, 필수 과목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필리핀의 부돌부돌갱이 다른 점은 " 현금 " 을 보여주면서 사람을 유혹하는 점입니다.
(물론 모든 사례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주로 현금에 대한 물욕을 이용합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필리핀사람들이 현금을 보았을때 생기는 견물생심 (見物生心)의 마음은
돈이 있는 사람보다 엄청 강한 듯합니다.

물욕이 생기고 돈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하면 순간 판단이 흐려지는 것이 우리 모두가 갖는
이성의 약점입니다.
큰 돈을 게다가 현금을 별로 만져볼 기회가 없는 필리핀 서민들은 이런 유혹을 쉽게 벗어나질 못합니다.
이런 부돌부돌에 관한 기사는 2010년부터 꾸준히 필리핀 미디어에 단골 손님이였는데
사기꾼들은 수법을 좀더 교묘하고 그럴듯하게 바꿔서 계속 희생양을 찾아냅니다.
작년 2015년까지도 자주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이 부류의 기사가 끊이질 않는 것은 필리핀 사회가 갖는
한계점을 단면으로 보여줍니다.

부돌부돌 ...
수년동안 이뤄지고 있는 필리핀 사회의 맹점인데
문화적으로 보면, 가난을 벗어나기 힘들고 신분상승을 할 수 없는 후진국 사회구조에서 보여지는
한 순간의 커다란 물욕을 이용한 세태인 것 같습니다.

한국말에 치가 떨리릴 정도로 억울하면 " 부들 부들 사지가 떨린다 " 라고 합니다.
아마 필리핀의 사기행각의 한 방법이 이런 맥락에서 한국말과 비슷한 것 아닐까란
쓸데 없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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